정신차리기 힘든 호황의 끝에서 — 비용·신용·인플레이션의 3중 압박
지수는 매일 신고가를 갱신한다. 빅테크 어닝은 시장을 위로 밀어올린다. 그러나 같은 시장 안에서 세 가지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AI 인프라를 짓는 비용은 폭주하고 있고, 신용 시장은 조용히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고, 인플레이션은 다시 올라오고 있다. 이 셋이 하나로 묶이면 1999년 telecom 버블 직전의 그림과 거의 같다.
비용은 미친 듯이 오른다
지금 AI 인프라를 짓는 회사들은 사실상 모든 투입 요소에서 가격 상승을 마주하고 있다. 단순히 비싸진 게 아니라, 늘려야 할 양만큼 캐파시티가 늘지 않아서 비싸진다.
- 전력 — 미국 데이터센터가 이미 전력 소비의 4%를 넘었고 2030년까지 두 배가 된다. 송전선 신설은 4~8년, 가스터빈 인도는 수년이 밀려 있다.
- HBM 메모리 — 2026년 공급 가격이 20% 인상됐다. 2026년치 물량은 사실상 다 팔렸다. Microsoft가 캐파 가이던스를 올린 것 중 약 25조 원이 메모리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CFO가 직접 명시했다.
- 구리 — LME 구리가 2026년 1월 톤당 1만 3천 달러 사상 최고치. 1년 만에 43% 상승. 데이터센터 배선·송전 인프라 비용을 직접 끌어올린다.
- 인건비 — 빅테크 사이의 AI 인재 영입 경쟁이 사이닝 보너스만 1억 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톱티어 엔지니어 한 명당 연 1천만 달러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그 결과가 분기 어닝 시즌마다 시장에 충격을 준다. 4대 하이퍼스케일러가 2026년에 합쳐서 약 700조 원을 자본지출에 쓴다 —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 그리고 이 capex의 상당 부분은 "더 많이 짓느라"가 아니라 "단가가 비싸져서" 늘어났다.
그런데 이 자본지출이 잉여현금흐름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Amazon의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은 12억 달러로 1년 사이 95% 빠졌다. Meta는 90% 감소가 예상된다. Microsoft도 약 28% 줄어들 전망이다. 가장 잘 버티는 Alphabet조차 자금 조달을 위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 1997년 Motorola 이후 테크 기업 최초의 century bond였다.
신용 시장이 먼저 알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동안, 신용 시장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가장 명확한 사례는 Oracle이다.
다른 빅테크와 달리 Oracle은 부채로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그리고 그 부채의 큰 부분이 아직 적자 단계인 AI 모델 회사들을 주요 카운터파티로 두고 있다. 이 카운터파티들이 약속한 클라우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Oracle 부채는 직접 손상된다. 신용 시장이 정확히 이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신용 시장은 보통 주식 시장보다 6~12개월 먼저 움직인다. 1999년에도, 2007년에도 그랬다. Oracle CDS는 이미 시장에서 "AI 거품에 대한 표준 헤지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시스템 리스크를 추적하는 헤지펀드들이 활발히 매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Oracle 부채는 공식 등급이 BBB+이지만, 2차 시장에서는 정크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책을 죽였다
3월 CPI가 3.3%를 찍었다. 거의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원인은 거의 전적으로 에너지 — 호르무즈 봉쇄로 Brent유 111달러, WTI 105달러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Fed가 끼어버렸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못 내리고, 노동시장 둔화 때문에 못 올린다. 4월 FOMC는 8-4 표결로 갈렸다 — 1992년 10월 이후 가장 큰 의견 분열이다. 시장은 2026년 내내 금리 동결로 가격을 매기고 있다.
이 상황의 진짜 위험은 세 압박이 서로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AI capex가 GDP를 떠받치는데, 그 capex의 비용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인플레이션이 Fed를 묶어두고, 묶인 Fed가 신용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자기강화 루프다.
1999년과 닮은 점, 다른 점
1999 Telecom 버블
- 한 섹터(통신)가 GDP 떠받침
- 인프라 가격 폭주 (광섬유·라우터)
- 벤더 파이낸싱이 매출을 부풀림
- "수요는 무한하다"는 정당화 논리
- capex 주체: 정크본드 의존 통신사
2026 AI 사이클
- 한 섹터(AI)가 GDP 떠받침
- 인프라 가격 폭주 (HBM·전력·구리)
- 순환 자금조달이 매출을 부풀림
- "수요는 무한하다"는 정당화 논리
- capex 주체: 자체 현금흐름 빅테크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지금 자본지출의 주체는 자체 현금을 만들어내는 대기업들이다. 1999년처럼 시스템 전체가 한 번에 무너질 가능성은 그때보다 낮다. 그러나 손실은 결국 어디론가 흘러간다 — 비상장 시장의 가치 재평가, 약한 고리에서의 신용 사건, 또는 점진적인 마진 침식. 어느 형태로 나오든 누군가의 장부에 잡힌다.
안 좋은 시나리오 — 도미노가 넘어가는 순서
모든 가능성을 다 그릴 필요는 없다. 위의 세 압박이 어떻게 서로를 강화하면서 풀리는지, 그 흐름만 보면 된다. 중요한 건 각 단계의 트리거 조건이 이미 작동 가능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순서다.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인플레이션이 정책 여력을 죽이고, 죽은 정책이 신용 위기를 막을 수단을 빼앗는다. 1999년에는 Fed가 즉시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그 여력을 미리 묶어두었다.
가치투자자에게 의미는 단순하다. 시장이 사상 최고치라는 것이 사상 최고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비용이 미친 듯이 오르고, 신용이 균열을 알리고, 인플레이션이 정책을 죽이는 환경에서 — 수요가 그 모든 것을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은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1999년의 마지막 6개월에도,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달렸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모두가 안다.
주식시장에는 정신차리기 힘들 정도의 호황과 급격한 주가 상승 시기가 있기 마련이고, 보통 그 뒤를, 극심한 공황과 처참한 주가 폭락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