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idental Petroleum (OXY)
표면적으로는 미국 텍사스·뉴멕시코의 퍼미안 분지를 중심으로 한 석유·가스 기업이다. 그런데 다른 셰일 기업들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가 있다. 50년 넘게 축적된 이산화탄소(CO₂) 회수증진 인프라를 그대로 탄소포집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한 줄이 왜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과 리루(히말라야 캐피탈), 두 명의 가치투자 대가가 동시에 OXY를 장기 보유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글이 이야기하려는 두 번째 이유는 —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 우려 시기에 왜 이 기업을 이해해 둘 가치가 있는가에 있다.
이 회사는 무엇을 하는가
OXY는 크게 세 가지 일을 한다. 화학 사업부였던 OxyChem은 2026년 1월 버크셔 해서웨이에 약 97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에 매각이 완료되어, 회사 구조가 한층 단순해졌다.
미국 퍼미안 분지·록키스·DJ 분지·걸프, 그리고 중동(오만·UAE)·북아프리카(알제리)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하고 생산한다. 보유 토지는 약 290만 net acres.
생산된 원유와 가스를 운송·저장·판매하는 인프라 사업. 퍼미안 운송 최적화, 천연가스 처리, Western Midstream(WES) 지분 등을 포함한다.
자회사 1PointFive(원포인트파이브)를 통해 공기 중 CO₂를 직접 빨아들이는 시설을 짓고, 이를 지하에 영구 저장하거나 회수증진에 다시 활용한다.
왜 다른 셰일 기업과 다른가
이 부분이 OXY의 진짜 정체성이다. Pioneer Natural Resources, EOG Resources, Devon Energy, Diamondback Energy 같은 동종 셰일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시추 사업자(driller)"다. 새 시추정을 뚫고, 빠르게 회수하고, 감퇴하면 다시 새 위치를 뚫는 사이클을 끝없이 돈다. 이게 셰일 비즈니스의 표준 모델이다.
OXY는 다르다. 시추하면서 동시에 50년 동안 한 일이 더 있다 — 회수증진(EOR, Enhanced Oil Recovery). EOR이란 이미 일차 회수가 끝난 유전에 CO₂를 밀어 넣어, 암석 사이에 갇혀 있던 추가 원유를 짜내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유전에서는 처음 시추로 30~40%의 원유만 회수되고 나머지는 그냥 땅속에 남는다. CO₂를 주입하면 그 추가분의 10~25%를 더 뽑아낼 수 있다. OXY가 컨벤셔널 유전에서 실제로 만들어 낸 회수율은 75% 이상 — CO₂를 안 썼다면 50%도 어려웠을 수치다.
이 차이가 단순히 기술적인 디테일이 아닌 이유는, EOR을 하려면 50년에 걸쳐 만들어 둔 인프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OXY는 퍼미안 분지에 일평균 약 2.6 Bcf(약 7,400만 입방미터)의 CO₂를 지하에 주입하며 1,900개 이상의 주입·생산 패턴을 운영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회수증진 사업에 발급한 최초의 두 개 모니터링 인증 모두 OXY의 텍사스·뉴멕시코 자산에 적용된다. 이 인프라를 다른 셰일 기업이 단기간에 복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요점은 이렇다. 다른 셰일 기업들이 유가가 떨어지면 시추를 줄이고 유가가 오르면 늘리는 사이클 플레이어인 데 비해, OXY는 같은 자산에서 한 번 더 캐낼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회사다. 셰일에서 현재 회수율은 약 10%다. CEO 비키 홀럽이 공개적으로 인터뷰에서 강조해 온 논리는 단순하다 — 셰일에서 회수율을 30%로만 올려도 매장량이 산술적으로 세 배가 된다. OXY는 미들랜드와 델라웨어에서 4건의 셰일 EOR 파일럿을 진행 중이다. 아직 상업적 성공을 입증한 단계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알아야 하는 이유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OXY는 단순한 석유 기업이 아니라, 화폐가치 하락에 자동으로 헤지가 되는 실물자산 묶음으로 읽을 수 있는 회사다.
첫째, 매장량이라는 실물자산의 의미. OXY가 보유한 검증 매장량은 46억 BOE(석유환산배럴)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같은 1배럴의 명목 가격이 자동으로 오른다. 매장량은 땅속에 그대로 있는데 명목 가치만 뛰는 구조. 반면 회사가 진 부채(주요 부채 약 150억 달러)는 명목으로 고정되어 있어, 인플레이션이 길수록 부채의 실질 부담은 가벼워진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 유가는 4배 상승했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에도 WTI가 $30대에서 $120+까지 단기 4배 가까이 뛴 전례가 있다.
둘째, EOR이라는 추가 채굴 옵션.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신규 시추 비용이 빠르게 상승한다. 시추 장비, 인건비, 강관, 시멘트 모두 오른다. 그런데 OXY의 EOR은 이미 깔린 인프라 위에서 회수율을 높이는 작업이다. 추가 자본 부담이 신규 시추보다 훨씬 작다. 즉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할수록 — 신규 시추 의존 셰일 기업은 비용에 짓눌리는데 — OXY는 같은 매장량에서 실질 자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셋째, 탄소 크레딧이라는 새 실물자산. OXY 자회사 1PointFive의 직접공기포집(DAC) 시설인 Stratos가 2026년 2분기 가동을 시작하면, 연 50만 톤의 CO₂ 제거 크레딧을 발행할 수 있다. JP Morgan, Microsoft, Amazon, Airbus, ANA 등 대기업이 이미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 CO₂ 크레딧 가격 자체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새로운 실물성 자산으로 거래되는 중이며,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이런 희소성 자산의 가격이 더 강하게 움직인다.
넷째, 버핏의 매수 타이밍이 시사하는 바. 버크셔는 2022년 초부터 OXY를 본격적으로 매수했다. 같은 시기 버핏은 주주서한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환경의 자본 배분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었다. 2024년 12월에도 추가 매수, 2025년 12월 31일 기준 보유는 약 26.9%다. 매수 타이밍과 거시 발언이 맞물린다는 점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버핏과 리루가 보유 중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반적으로 25%를 넘기면 회계 처리가 까다로워져 잘 넘지 않는데, OXY는 이미 26.9%까지 보유하고 있다. 리루(중국계 미국 가치투자자, 찰리 멍거의 친구이자 BYD 발굴자)도 자신의 펀드 히말라야 캐피탈을 통해 2024년 2분기에 OXY를 매수한 후 6분기 연속 단 한 주도 매매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보유 시작 시점과 행동 패턴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 한 명은 2019년부터 점진적으로 매수, 한 명은 2024년 일시 진입 후 묵묵히 보유.
2억 6,494만 주, 평가액 약 108.9억 달러. 2019년 OXY가 Anadarko 인수전에서 Chevron을 이기기 위해 자금이 부족하자, 비키 홀럽 CEO가 직접 오마하로 가서 버핏을 만났고, 100억 달러 우선주(연 8% 배당)로 시작된 인연. 2026년 1월 OxyChem까지 인수하며 사업적 결합도 강화.
146만 6,500주, 평가액 약 6,030만 달러. 2024년 2분기 평균 매입가 $63.03에 진입한 이후 6분기 연속 단 한 주도 매매하지 않은 컨빅션 포지션. 리루는 멍거와의 오랜 교류를 통해 BYD를 버크셔에 소개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매출 추이 (2020–2025)
* 2025년 수치는 OxyChem(화학 사업부) 매각으로 화학 부문이 중단사업으로 재분류된 이후의 계속영업 기준. 2020~2024년은 당시 보고된 총매출.
출처: SEC 10-K, Macrotrends.
영업이익 추이 (2022–2025)
2025년 영업이익은 OxyChem 매각에 따른 계속영업 기준. WTI 분기 평균 $59 수준의 저유가 환경에서도 30억 달러대 영업이익을 유지했다는 점이 중요. 출처: SEC 10-K, Macrotrends.
차트가 보여주는 패턴은 명확하다. 2022년이 고점이었고, 그 후 유가 정상화와 함께 이익이 정상 수준으로 회귀했다. 그러나 WTI 평균 $59의 비교적 낮은 유가 환경인 2025년에도 31억 달러대의 영업이익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OXY의 자산 품질을 보여 준다. 동일 유가 환경에서 손익분기점이 더 높은 셰일 기업들은 적자에 진입하는 구간이다.
2025년 4분기 — 가장 최근 실적
2026년 2월 18일 발표된 가장 최근 분기 실적이다. WTI 평균 $59.14의 비교적 낮은 유가 환경에서도 모든 부문에서 가이던스를 상회했고, 시장 컨센서스 EPS 추정치 $0.18~0.19 대비 60% 이상의 어닝 비트(beat)를 기록했다.
핵심 변화는 자본 배분이다. OxyChem 매각으로 들어온 현금으로 부채를 58억 달러 한 번에 갚았고, 분기 배당은 4년 만에 두 배가 되었다. 이전 인수 시기의 공격적 확장 모드에서 주주환원 + 인프라 투자가 공존하는 수확기로 본격 진입한 신호로 읽힌다.
꼭 알아둘 용어들
본문에서 등장한 핵심 용어 정리.
회수증진. 일차 시추로 다 못 빼낸 원유를 추가로 짜내는 기술. CO₂를 주입해 원유 점성을 낮추고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직접공기포집. 굴뚝이 아니라 일반 공기에서 CO₂를 빨아들이는 기술. 거대한 팬으로 공기를 흡입해 화학 흡수제로 CO₂만 분리한 뒤 액화·저장한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의 줄임말. CO₂를 모으고, 회수증진 등에 쓰거나 지하에 영구 묻는 일련의 사업군을 통틀어 부른다.
OXY가 100% 보유한 자회사. DAC 시설 건설·운영을 전담한다. 이름은 파리협약의 '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 이내' 목표에서 따왔다.
1PointFive가 텍사스에 짓고 있는 첫 DAC 시설 이름. 연 50만 톤 규모로 가동되면 세계 최대(현재 1위 아이슬란드 Mammoth의 약 14배). 2026년 2분기 가동 시작 예정.
BOE는 석유환산배럴(Barrel of Oil Equivalent). 가스를 원유 양으로 환산한 단위. Mboed는 일평균 천 BOE. Bcf는 가스 부피 단위로 10억 입방피트(약 2,832만 입방미터).
Carbon Dioxide Removal Credit. 1PointFive가 공기 중에서 CO₂ 1톤을 제거할 때마다 발행되는 크레딧. JP Morgan, Microsoft, Amazon, Airbus 등이 이미 매수 계약 체결.
텍사스 서부와 뉴멕시코 남동부에 걸친 미국 최대 유전 지역. 일평균 약 660만 배럴, 미국 셰일 원유의 약 44%를 생산. OXY가 이 지역 최대 회수증진 운영자다.
마지막으로, 차기 CEO로 유력한 리처드 잭슨(현 COO)이 그동안 미국 온쇼어 자원 + 카본 매니지먼트의 직접 책임자였다는 사실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비키 홀럽의 2026년 후반 은퇴는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회수증진과 직접공기포집 전략을 더 깊이 가져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즉 회사가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이 차기 리더의 정체성과 일치한다는 의미다.
290만 acres의 토지, 50년 축적된 운영 노하우, 부채를 정돈한 재무, EOR 전문가가 이끌게 될 차기 경영진, 그리고 두 명의 가치투자자의 동반 보유.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상하는 시기에 — 단지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 가치 하락에 자산이 자연스럽게 재평가받는 구조의 기업으로서 OXY를 살펴볼 이유는 충분하다.